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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

정보처리 이론

by 가치담은 2023. 9. 30.

정보처리 이론

  정보처리 이론은 인간의 인지과정을 컴퓨터의 정보처리 과정과 비교해 본, 재미있는 이론으로써 최근에 와서 인간의 인지를 연구하는 주요 접근법이 되었다. 정보처리 이론에 의하면 컴퓨터와 인간의 사고 과정에서 유사점이 있는데, 둘 다 논리와 규칙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컴퓨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용어를 사용해서 이들 둘을 비교하고 있는데, 하드웨어란 물리적 장치를 말하는 것이고, 소프트웨어는 컴퓨터 조작을 위한 프로그래밍을 말한다. 정신활동 역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가졌다고 볼 수 있는데, 뇌와 신경계를 하드웨어로, 문제해결을 위한 계획이나 책략 등을 소프트웨어로 볼 수 있다.
  새로운 기술로 말미암아 컴퓨터의 구조 및 프로그램이 점점 복잡해지듯이, 인간의 인지과정 또한 아동에서 청년으로 성장하는 동안에 점점 복잡해진다. 예컨대 여덟 살 아이가 열 개의 단어를 외울 수 있을 때, 열네 아이가 스무 개의 단어를 외울 수 있는 것은 열네 살 난 아이의 뇌와 신경계가 더 성숙해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것이 하드웨어의 차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아동기에 갖지 못하는 기억 책략을 청년기에 와서 갖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것은 소프트웨어의 차이다.   
  정보처리 이론은 아동이 외부 세계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를 기억 과정을 통해 저장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저장된 정보를 전환하며, 또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인출하는 정보처리의 과정을 연구 대상으로 한다.
  정보처리 이론은 인간의 인지를 세 가지 체계로 개념화한다. 첫째, 외부 세계로부터의 정보는 시간, 청각, 미각, 후각과 같은 우리의 감각기관을 통해 인지 체계에 투입된다. 둘째, 우리의 뇌는 감각기관에 투입된 정보를 다양한 방법으로 저장하고 전환한다. 여기에는 정보를 부호화하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정보처리에 관한 대부분의 연구가 이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 마지막 체계는 우리의 행동으로 나타나는 산출 부분이다.
  정보처리 모델을 보면 아동이 어떤 문제를 풀려고 할 때, 감각기관을 통해 외부 환경으로부터 정보를 받아들인다. 이런 방법으로 획득된 정보는 감각 기록에 잠깐 머물게 된다. 감각 기록기는 마치 사진기로 스냅사진을 찍듯 정보를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기록한다. 그러나 사진과는 달리 느끼기로 내의 정보는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정보는 단기기억으로 넘어간다. 단기기억은 소량의 정보만 기억할 수 있으며 약 30초가 지나면 단기기억 내의 정보는 잊히든지 아니면 장기기억으로 넘어가게 된다. 장기기억으로 넘어간 정보는 영구히 저장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보를 반복해서 외우거나, 좀 더 낯익은 범주로 조직화하는 여러 가지 기억전략을 요한다. 단기기억과는 달리 장기기억은 새로운 정보를 저장하는 용량이 무제한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보를 인출할 때 발생한다. 저장된 정보를 필요할 때 꺼내는 과정을 인출이라고 하는데, 정보를 어디에 저장해 두었는지 그 위치를 잊어버려 제대로 찾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아동이 성장함에 따라 정보를 더욱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인지 변화가 일어난다. 즉, 아동이 좀 더 많은 정보를 습득함에 따라 지식기반이 확장된다. 지식기반의 확장은 새로운 학습을 보다 용이하게 한다. 왜냐하면 아동이 이 전에 알던 정보와 새로운 정보를 보다 쉽게 연결해 주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발달적 변화는 정보를 통제하고 분석하는 통제 과정이다. 통제 과정은 컴퓨터와 인간의 정보처리 과정이 구별되는 부분으로서 어떤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고, 저장과 인출과정에서 어떤 책략을 사용할 것인지 등을 결정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전화번호를 기억하기 위해 그 번호를 외우거나 다른 책략 정보를 사용하는데, 이것이 바로 통제 과정이다. 통제 과정은 지식기반으로부터 특정 정보를 인출하려고 할 때도 사용된다. 아동이 성숙함에 따라 통제 과정이 점점 효율적으로 되어 문제해결을 효율적으로 하게 된다. 
  어떤 연령에서든지 아동이 문제해결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다 활용하지 못할 경우에는 문제해결에서 과오를 범하게 된다. 6세 아동과 10세 아동에게 저울대가 어느 한쪽으로 기울 것인지 아니면 균형을 유지할 것인지 질문해 보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저울대 추의 수와 젤리 받침과 추의 거리라는 두 가지 요소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0세 아이는 저울대가 무거운 쪽이 기울 것이라고 하지만 6세 아이는 정답을 맞히지 못한다. 10세와 6세는 문제해결을 위해 서로 다른 책략을 사용한다. 6세는 무게만을 고려하는 단순한 규칙을 적용함으로써, 저울대 추의 수(무게)가 같기 때문에 저울대가 균형을 이룰 것이라고 답한 것이다. 즉, 6세는 ‘거리’라는 요소를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반면 10세 아이는 ‘무게’와 ‘거리’라는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고려하여, 무게는 같더라도 지레 받침으로부터 더 멀리 떨어진 쪽의 저울대가 기울게 될 것이라고 답한 것이다.
  위의 예에서처럼 아동이 문제해결을 위해 사용하는 정보처리 책략을 면밀하게 검토함으로써, 오답의 원인을 정확하게 밝혀낼 수 있다. 따라서 정보처리 이론에서는 아동의 문제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이 모색된다.
  피아제의 이론과 마찬가지로 정보처리 이론 또한 아동은 매우 능동적으로 정보를 탐색하고 처리한다고 본다. 그러나 피아제와는 달리 정보처리 이론에서는 발달단계를 설정하지 않는다. 즉, 발달을 연속적이고 계속된 과정으로 파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