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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

아동 발달의 쟁점

by 가치담은 2023. 9. 25.

2. 아동 발달의 쟁점

  인간 발달이란 수태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전 생애를 통해 계속되는 과정을 말한다. 아동기는 전 생애 중 한 부분이지 발달 선상에서 고립된 기간이 아니다. 아동기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특성이 있기는 하지만, 아동기는 유아기나 청년기의 발달과 경험에 연관되어 있다. 
  이번 장에서는 아동 발달뿐만 아니라 인간 발달 전반에서 제기되는 몇 가지 쟁점에 관해 말하고자 한다. 중요한 쟁점들에 대해 살펴보겠다. 발달의 본질에서 제기되는 문제는 발달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요인은 무엇인가? 유전인가? 환경인가? 발달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발달의 주원인이 되는 중요한 과정은 무엇인가? 성숙인가? 학습인가? 발달의 결정적 시기는 있는가? 그리고 결정적 시기는 발달 속도와 어떻게 관련되는가? 발달은 점진적이고 계속적인가? 혹은 비약적 단계로 이루어지는가? 초기경험과 후기경험이 발달에 있어서 초기경험이 중요한가? 아니면 후기 경험이 중요한가? 이다.

1) 유전과 환경
  인간 발달이 유전에 의한 것인가, 아니면 환경에 의한 것에 관한 논쟁만큼 널리 알려진 논쟁은 없다. 이 두 요인을 서로 독립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학자들에 의해 열띤 토론과 방대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러한 논쟁은 문제를 분명하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논란을 야기하였다.
  전성설을 주장한 학자들은 인간이 남성의 정자나 여성의 난자 안에 이미 완전한 형상을 갖추고 있다고 믿었다. 따라서 수태 시 오로지 제한된 양적 변화만이 일어나며, 환경은 발달의 결과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믿었다. 반면에 John Locke는 아동을 ‘백지상태’에 비유함으로써 생물학적 기초가 아닌 환경적 영향력만이 모든 발달적 변화를 설명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극단적인 환경론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지난 반세기 동안에 유전과 환경을 둘러싼 격렬한 논쟁 끝에 심리학자들은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라는 것보다 “양자가 어떻게 상호작용하였는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인간 발달은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개인의 인자형은 표현형을 절대적으로 제한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아무리 많이 먹는다고 하더라도 3m 이상 자랄 수 없는 것처럼 유전적 요인은 좀처럼 능가할 수 없는 성장의 한계를 설정한다. 반면, 환경적 용인은 유전적 잠재력이 실현될 수 있는 정도와 범위를 절대적으로 제한한다. 예컨대, 지능의 성장과 발달은 유전에 의해 그 대략적인 한계가 결정되지만, 환경에 의해 달라질 수 있는 여지도 많아서 보통 IQ 점수도 15점 정도의 범위 내에서 변화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임승권, 1994). 즉, 선천적 특성들이 잠재적 변화의 한계를 규정하지만, 이러한 한계는 적절한 환경이 뒷받침된 상태라야만 충분히 실현될 수 있다. 따라서 사회는 개인의 유전적 잠재력이 최대한으로 발휘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적 조건과 상황을 조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Salkind, 1985).

2) 성숙과 학습
  인간의 발달과 관련하여 종종 제기되는 또 다른 쟁점은 성숙과 학습의 역할에 관한 것이다. 성숙과 학습에 관한 논쟁은 앞에서 논의한 유전과 환경의 영향에 대한 논쟁과도 유사하다. 유전과 환경의 논쟁이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의 소재 및 근원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성숙과 학습에 관한 논쟁은 어떤 기제와 과정을 통해서 변화가 일어나는가 하는 문제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성숙은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달적 변화들이 통제되는 생물학적 과정을 말한다, 유아기의 빠른 성장과 사춘기의 이차 성징과 같은 변화나, 걷기 전에 서고, 두 단어를 말하기 전에 한 단어를 말하는 것과 같은 발달의 순서는 성숙에 기인하는 사건들로서, 종의 특성이지 특별한 연습이나 훈련의 결과가 아니다, 즉, 이들은 학습되지 않는 것들이다.
  성숙론자들은 좋지 않은 환경이 인간 발달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성장은 성숙에 의존한다고 믿는다. 반면, 학습론자들은 발달에서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학습은 직접 또는 간접경험의 산물이다. 학습은 훈련이나 연습에서 기인하는 발달적 변화를 말하며, 그 결과는 매우 개별적이고 특수하다. 예를 들면, 외국어의 습득이나 운전 기술의 습득은 매우 특정한 훈련에 의존하는 학습된 행동이고 할 수 있다.
  성숙과 학습을 결합한 좋은 예로 아동과 양육자 간의 애착 행동을 다룬 Bowldy(1969)와 Ainsworth(1979)의 연구를 들 수 있다. Ainsworth는 생의 초기에 특정한 사람과 애착을 형성하는 발달적 경향이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경향은 유전적 계획표에 기인한 것으로 생각되며 성숙 과정의 일부분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애착 대상을 선택하는 것은 매우 특별하며, 많은 경우에 상황적으로 결정된다 (Salkind, 1985).

3) 연속성과 불연속성
  행동주의적 접근과 같이 학습과 경험을 강조하는 발달론자들은 대부분 발달을 점진적으로 연속적인 과정으로 보며 성숙을 강조한다. 반면, 발달이 일련의 독립적이며 질적으로 다른 단계들로 구성된다고 믿는 단계이론가들은 발달을 불연속적인 과정으로 본다.
  만일 변화가 여러 작은 점진적인 단계들로 일어나고, 발달의 결과들이 비슷해 앞선 결과들과 질적으로 다르지 않으며, 동일한 일반법칙이 발달의 연속선상에 있는 모든 과정에 적용된다면, 아닌 발달은 연속적 과정으로 간주한다. 즉, 발달의 연속성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인간 발달을 수태에서 죽음까지 연속적이고 점진적이고, 축적된 변화로 본다. 연속적 견해에서 보면 이것은 몇 주 또는 몇 달에 걸친 성장과 연습의 결과이다, 마찬가지로 사춘기 역시 보기에는 갑작스럽고 불연속적인 사건으로 보이지만, 이 또한 수년에 걸쳐 일어나는 점진적인 과정이다. 
  만일 변화가 갑작스럽게 일어나고, 앞선 변화들과 질적으로 상이하며, 발달적 변화에 대해 각기 다른 일반법칙이 적용된다면 발달은 불연속적 과정으로 간주한다. 즉 인간 발달의 불연속성을 강조하는 학자들은 발달이 양적인 것이 아니고 질적으로 서고 다른 단계를 토해서 진행되다가 본다. 예를 들면, 추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던 아동이 어느 날 추상적 사고를 할 수 있게 되고, 성인이 생식이 가능한 존재에서 어느 날 그렇지 못한 존재로 변한다. 이것은 양적으로 연속적인 변화가 아니고 질적이고 불연속적인 변화이다.
  
4) 결정적 시기
  모든 인간 발달 이론들의 공통적 견해는 인간 발달은 연속적인 변화라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중 어떤 것은 특정 시기에는 매우 빠르게 일어나지만, 다른 시기에는 느리게 일어나는 것 같다. 그러므로 발달심리학자들은 중요한 변수로서 변화 속도의 차이에 관심을 갖는다. 예를 들면, 유아기와 청년기의 신체 변화는 다른 어느 시기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며 보다 미묘한 심리적 변화를 수반한다, 
  발달의 속도와 밀접하게 관련되는 쟁점은 발달의 결정적 시기가 정말로 존재하는가 하는 점이다. 결정적 시기란 유기체를 둘러싼 내적 외적 사건들이 발달에 최대의 영향을 미치는 짧은 기간을 말한다.
  인간에게 있어서 어떤 가설적인 결정적시기에 외부의 자극이나 신체적 접촉 또는 음식에 대한 욕구를 인위적으로 박탈한다면,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인간을 대상으로 결정적 시기를 연구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우연히 자연적으로 발생한 사건들로 인해 결정적시기에 대한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된다. 19세기 초, 프랑스의 시골에서 발견된 빅터라는 열두 살 난 소년의 이야기가 바로 그의 경우이다. 그는 구제 불능의 백치로 판명되어 동물과 같은 취급을 받은 후 이타드 박사에게 맡겨졌다. 이타도 박사는 빅터가 백치가 아니라고 확신하고서 그에게 언어훈련을 시켰다. 매일 집중적인 훈련을 통해서 다소 나아지는 기미는 있었지만 끝내 언어를 익히지 못하였다. 이타도 박사가 확신한 바와 같이 빅터가 정신지체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12세라는 나이에 언어를 습득하지 못한 것은 언어발달에 있어서 결정적 시기가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단적인 예가 될 수 있다.